맛있는 이야기

선물 (참기름)

구나GUNA 2022. 1. 2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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뻑뻑한 두뇌를 회전 시켜 기억을 끄집어 내어 본다.

참기름으로 주위에 그냥 지날칠수 없는 분들께 일년에 두번은
선물을 했다.
난 여름이 끝나기 전에 내 지인중에 특히 남해 할매한테 참깨를
사들인다. 참기름을 일년에 서너번씩 짜야 하니까 참깨가 제법 든다.
어떤 해는 참깨 농사가 잘 되어 참깨도 통통하니 좋을때가 있고,
어떤 해는 아주 참깨 농사가 흉년이 들어 참깨도 부실하고 참깨가 귀해
고흥으로 음성으로 내가 아는 집에 연락하기 바쁘다.
그리하여 비싸게 구한 참깨가 퍽 좋지는 않다. 할 수 없지 않은가.
흉년에 직접 농사 지으신 참깨를 방구석에 앉아 살 수 있다는데 감사 할 뿐이지.
전에는 참기름 짜러 김포로 강화읍으로 다녔는데, 이젠 나도 부실하니
집근교에서 기름을 짜야 하는데, 도대체 마땅한데가 없다.
내가 기름 짜는 기준이 제법 까다롭다.
첫째 기름집 주인양반 양심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둘째는 청결해야 하고,
세째는 기름 짜는 기계가 내 맘에 드는것이어야 한다.
안다. 내가 까탈스러운거~
왜 내가 이리 되었겠는가. 서울에서 여러번 눈 뜨고 높지도 않은 내코가 베어 봤으니까
내가 변한거다. 이럴땐 싸우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 오며 궁시렁거리다 못해 욕을 입에 달고
있으니 내 신상에도 안좋고, 내입도 지저분해 지니 내가 가려 간다.
이젠 강화읍까지 기름 짜려 갈 능력이 못되다 보니,서울에서 코 안 베일곳을 두눈 크게
뜨고 간 곳에서 또 베였다.. 허 허 이번엔 왕창 베여다

그래도 서울 내주위에서 기름 짤 곳이 있을꺼라 믿고 어디든 지나갈때면 눈여겨 봤다.
찾았다............
남가좌동 어디인데 원주민 마을 초입에 아주 오래된 떡집에서 기름도 짜고 있다.
제일 먼저 집 위생상태 점검 그냥그냥, 주인님분 관상 좋아 보임. 기계상태 그냥그냥.
먼저 참깨와들깨를 한말씩 가져 가 봤다.
그리곤 난 그자리를 지키는 습성이 있다 나중에 뒤소리 안 하기 위해 ㅠㅠ
기름을 짜보니까 퍽 마음에 안들어도 좋다.
이리하여 이번에 세번째 기름 짜러 갔다.
참깨 두말을 먼저 짜고 들깨는 설 지나고 짜야 한다. 설 전엔 떡집이 명절 같은 분위기다.
우째~ 역시 서울 인심은 고약하다. 그리 떡이 많이 나와도 한입 안준다.
강화는 가면 떡을 먹다 먹다 싸 와야 한다. 오는 할매마다 떡 한덩어리는 주시니까...
내가 묻지 않아도 그 할매가 어디 사시는지 누구이시진 모른다. 그래도 이야기 들어
주면 콩팔칠팔 다 얘기 하신다. 엄청 재미 있다 그래도 내눈은 우리 깨가 어디쯤 갔나
지키고 있다.
옛날 생각 좀 하고 나니 우리 참기름이 다 나왔다.
17병하고 반병 더 나왔다. 나쁘지 않다 우리참깨 좋고, 기름집 양심적이고. ㅎㅎㅎㅎ
기름 따뜻할때 작은여보 친구집 부터 쫘악~한병씩 나눠 드리고 사돈댁까지 참기름이 간다.
설 선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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