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애벌레 소동

구나GUNA 2022. 5. 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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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한다고 ○○마을에서 얼갈이배추 두 봉지를
사 냉장고에 두었다.

지금 그 배추로 아주 시골풍인, 그것도 경북 영천 장날에
시장통 구석구석 돌아 들어가면 작은 식탁 3개 놓인 식당 할머니께서
짜도 너~~ 무 짜게 즉석에서 양념 발라 주시는데,
이것이 중독성이 있다 말이야..

우리 어릴 땐 하우스가 흔하지 않아 그런지 제때 나오는 채소 말곤
잘 없고, 간혹 있어도 귀하니 비싸고, 싼 제철 채소로 음식을
하셨을 것 같다.

도시락 반찬에도 얼갈이김치가 주를 이루고 있었으니 말이다.
간혹 곰삭은 김장김치 볶아 싸오는 애들은 눈치 좀 받는 날이 된다.

이맘때면 얼갈이김치, 열무김치, 부추김치, 마늘종 무침, 이 정도가
밥상의 김치 역할이었다.

결혼하고 어릴 때 먹든 짜고 매운 김치 맛을 잊을쯤에 영천시장통에서
특별히 들어간 것 없는 칼국수에 얹어 먹어 봤다.
아~옛날이여! 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 이후로 가끔 딱 이맘때면
그 할머니 생각 하며 그 김치를 담아 낸다.
난 그 정도로 짜게는 하기 싫고 적당히 짠듯하게 했어 먹어 보면
배추의 고소함이 살아나는 것이 입맛이 아니라 그냥 잘 먹게 된다.

그런데... 아침에 배추에 벌레가 드신 흔적에 배설물까지 여기저기 있다.
아이고야~배추라곤 작은 것 4포기 이구만, 거기에 벌레까지 따라와 시원한
냉장고 속에서 갈아먹고 있었으니 얼마나 편해~
요것을 잡아 복잡한 서울 살이를 시켜야겠다 맘먹고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이젠 슬슬 걱정이 된다.
난 분명 배추를 해 먹을 것인데, 넌 뭐 먹고 있나고...
빨리 잡아 방생을 해야 내 맘이 편한데 안 보여 어쩌지..
하든 일 잠시 멈추고 다시 찾아본다.

김치는 저녁에 담아도 요 애벌레님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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