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진심이 담긴 세배를 받았다

구나GUNA 2022. 2. 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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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그제 남해할매께서 코로나 때문에 서울은 문 닫고 사니
뭘 먹고 사느냐며 할머니 밭에 있는것은 전부 조금씩 조금씩 담고,
옆집에서 잡아 할매 드시라 준 이름모르는 생선은 머리도 없는체
꼬들꼬들하게 반건조가 잘되어 까만 비닐봉지에 몇마리 들어 왔다.
받는 즉시 이것을 몇집으로 나누기 시작 해 옆집 애기네에
저녁에 드시라고 풋성귀 좀 들고 갔는데,
요즘 시국이 이러니 옆집에 가도 마스크는 기본이고 먼 발치에 서서
정없이 물건만 전해야 예의바른 행동이 된다.

애기 엄마랑 말 몇마디 나누는 사이에 내 발 아래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숙여 보니~
오마야~둘째 애기가 아무 말없이 엎드려 있지 않은가. 내가 허리 굽혀
자네는 뭘 하는가라고 물어 보니 "세배" 라고한다. 아이고야~
일어나거라 내가 이렇게 무심히 있었다니 미안하다라고 하는데
어쭈~애기 엄마 옆엔 막내가 납작 엎드려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넌? ......." 나도 세배"
애기 엄마 얼굴에 미안함과 황당함이 교차하고 있지만, 난
감동 감동 감동이였다.
아파트가 시끌하게 우린 웃으며 헤어졌지만, 이 일을 어찌 할꼬~
.
.
.
.
.
집으로 돌아와 난 큰여보한테 이 이야기를 하고 또 한바탕 웃으며
집안 가득 우리 웃음소리였다.
큰여보 무엇을 주섬주섬 뒤적거리는데,
지갑속 주머니속을 뒤져 보지만,
요즘 지폐 가지고 있는 일 별로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기계찾아 가기엔 좀 그렇고..
나 역시 뒤적거려 우리 두사람한테 있는 지폐를 모아 봉투 세개를
만들어 세배의 댓가에 비엔 약소하지만 어쩔수 없이, 봉투 세개를
들고 다시 옆집으로 가 전달식을 했다.
.
.
.
아파트가 삭막하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내 하기 나름이더라는 걸
난 안다.
어떨땐 내가 나누기 잘 하는 오지랖이 먼저 갖다주면, 니가 왜?
나한테 하는 표정을 자주 본다.
그래도 난 게의치 않는다.
드리고 싶어 드리니 그냥 맛나게 드세요. 말 외엔 할 말이 없다.
난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않는다.
내한텐 돈은 떨어져도 먹을것은 안 떨어지니 이 또한 복이라 여기고
그냥 그냥 잘 나누기 한다. 내 예명이 오지랖이라 내 스스로 지어 가지고
있다.
귀한 식재료 나 혼자 두고 다 먹지도 못하는데, 맛있을때 싱싱할때
얼른 얼른 나눠 주는것이 올바르다 난 여긴다.
저 멀리 택배도 보내는 솜씨인데,
하물면 내 주위엔 당연히 나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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